17. 12. 3.

LABYRINTH - [결의]


 (회상한다.)

왼쪽에 있는 문에 다가갔다. 지금까지 봐왔던 이곳의 문과 별 다를 것 없는 이 문은 흑철색이었고 튼튼해 보였다.
 
잠시 문을 두드려보고 귀를 기울여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문은 여전히 차갑고 단단하게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문득 이러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고작 사람 하나의 청각으로 이 문을 뚫고 뭔가를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했고, 설령 이 건너편에 무언가 있다고 하더라도 B박사로 추정되는 날 가둔 사람이 이정도로 쉽게 알 수 있도록 장치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뭔가 알아본답시고 확실한 것을 확인하지 않고 이리저리 두드리고 둘러보면서 시간낭비만 하고 있었다.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둔 사람은 시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라도 무언가 발견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득이었다. 현재 시간제한이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했다. 적어도 이런 영문모를 곳에서 영원히 갇힌 다던가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왼쪽문은 잠겨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 분위기를 보건데 저쪽에서 이쪽으로 열 수 있지만 이쪽에서 저쪽으로 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오른쪽 문 또한 비슷하겠지. 무슨 실험인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일직선으로 실험실을 이동하는 형식의 실험인 듯 했다. 그리고 분명 이곳 또한 여기서 열고 건너가면 되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스토리텔러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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