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1. 6.

LABYRINTH - [하얀 방]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떠올리기 이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는 공포에 눈가를 마구 부비적거렸다.

그렇지만 눈을 비비고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도 여전히 보이는 것은 새하얀 것 밖에 없었다.


“아아아.....”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오로지 새하얗고 새하얘서,
뭔가 보이는 것은 없는지,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새하얘서 시야 뿐 아니라 머릿속까지 하얗게 물들어가서 초조감에 뭐라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그런데도 머릿속은 하얗고 떠오르지 않고 나는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사고 자체는 정상적인데도 뭔가 떠올리는 것은 제한당해 있고 그런데도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에 위화감과 헛구역질을 느끼면서.
뭐가 뭔지,
무엇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그런데도 눈앞은 여전히 새하얘서

"으







악!"

정신을 차리니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몸을 웅크려서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하얀색인지 모를 것을

토하고,

             토하고,

토하며 손을 내려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그러면서 느껴지는 고통에 내가 살아 있음을 깨닫지만
그런데도 눈앞은 여전히 새하얘서 쓸모없는 눈동자를 뽑아버리기 위해서 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흰 것이 아닌 것을 인식 할 수 있었다.


눈앞에 내 손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 있는 장소가 굉장히 새하얄 뿐이었다.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새하얀 것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웅크린 곳에서 그림자도 보였다. 
위를 올려다보자 유독 흰 곳에서는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새하얀 방이었다.




나름 안정을 되찾고 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처음으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기계음이란 것은 알았지만 기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떠올리면서 모른다는 괴리감에 다시금 뭔지 모를 감정과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무시하고서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세 개의 문이 있었다. 

디자인은 전부 동일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지만, 이곳에서 유일하게 색을 지니고 있었다.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세 가지 색으로 페인트 칠 된 문은 아무런 안내나 설명 없이 그 자리에 늘어서 있었다.


나는...





             



스토리텔러: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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